매듭과 달리기꾼

안데스산맥의 등줄기를 따라 수천 마일이나 뻗은 제국, 수백만 명의 사람들, 구름도 지칠 만큼 가파른 산들을 다스린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제 그 모든 일을 글자 하나 없이 해낸다고 상상해 보세요. 편지도, 계약서도, 세금 서류도 없이요. 잉카는 바로 그렇게 했고, 거의 쉬워 보일 만큼 잘해 냈답니다.

잉카는 글을 쓰지 않았지만, 기록은 남겼어요. 바로 끈에다가요. 그들의 위대한 발명품은 키푸였어요. 굵은 끈 하나에 수십 개의 작은 끈이 매달려 있고, 끈마다 매듭이 묶여 있었죠. 우리 눈에는 엉킨 대걸레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잉카 사람들에게는 돌돌 말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계산표였어요.

비밀은 매듭이 숫자를 뜻한다는 것이었어요. 끈 아래쪽 가까이에 있는 매듭은 일의 자리, 그 위 단계는 십의 자리, 그다음은 백의 자리, 그다음은 천의 자리를 뜻했죠. 그러니까 매듭의 위치가 그 숫자의 크기를 알려 주었어요. 우리가 쓰는 숫자 체계와 같은 똑똑한 생각인데, 인쇄한 대신 묶어 놓은 것이랍니다.

색깔과 모양도 뜻을 담고 있었어요. 갈색 끈은 한 가지를, 빨간색 끈은 또 다른 것을 기록했을지도 몰라요. 이를테면 여기엔 라마, 저기엔 옥수수 자루, 또 다른 곳엔 사람들처럼요. 기록 담당자들은 누가 무엇을 빚졌는지, 한 마을에 병사가 몇 명 있는지, 창고가 얼마나 가득 찼는지를 한 줌의 끈 안에 모두 담을 수 있었답니다.

이 끈들을 읽는 것은 진짜 직업이었어요. 키푸카마요크라고 불리는 전문가들, 곧 매듭의 지킴이들은 뜻을 묶고 푸는 법을 여러 해 동안 배웠습니다. 그들은 제국의 회계사이자 사서였고, 능숙한 사람은 여러분이 문단을 읽듯 키푸를 ‘읽을’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끈은 산 너머로 소리칠 수 없어요. 그래서 잉카는 길을 만들었습니다. 수만 마일에 이르는 길이었죠. 절벽을 오르고 협곡을 짠 밧줄 다리로 건넜어요. 이 길망은 거대한 장화에 끈을 꿰듯 제국 전체를 하나로 묶어 주었답니다.

그 길을 따라 차스키들이 달렸습니다. 이어달리기꾼들이었죠. 한 사람이 짧은 구간을 전력으로 달린 뒤, 길가의 작은 오두막에서 기다리던 다음 힘찬 달리기꾼에게 메시지를 넘겼어요. 경주에서 바통을 건네듯, 소식은 하루에 수백 마일을 갈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갈 수 없는 속도였죠.

그리고 메시지는 매듭만이 아니었어요. 달리기꾼들은 말로 전할 소식을 한마디 한마디 외웠고, 종종 기억을 돕기 위해 키푸를 들고 갔습니다. 끈은 숫자를 떠올리게 해 주고, 목소리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죠. 매듭과 기억이 함께, 우리에게 글이 해 주는 일을 해낸 것입니다.

그렇다면 글 없이 구름 속 제국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까요? 끈을 숫자로, 길을 신경으로, 사람을 우편으로 바꾸면 됩니다. 잉카에게는 글자가 필요 없었어요. 기억하고, 세고, 달리는 체계가 있었으니까요. 매듭 더미 치고는 꽤 대단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