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숫자 왕국

아무 컴퓨터나 열고 화면 뒤를 살짝 들여다보면, 놀라운 비밀을 발견하게 돼요. 그 안에는 사진이 없어요. 글도 없어요. 음악도 없지요. 있는 것은 숫자뿐이에요. 바다처럼 많은 숫자들이 너무나 빠르게 줄지어 지나가서, 고양이 영상인 척하는 거예요. 그럼 아주 평범한 셈하기가 어떻게 노래가 되고, 문장이 되고, 노을이 될까요? 숫자들을 따라가 보며 알아봐요.

먼저, 반전이 있어요. 컴퓨터는 우리처럼 숫자를 세지도 않아요. 우리는 0부터 9까지 열 개의 숫자를 쓰지요. 컴퓨터에게는 딱 두 개만 있어요. 0과 1이에요. 전등 스위치를 떠올려 보세요. 꺼짐 또는 켜짐, 어두움 또는 밝음, 그 사이의 것은 없어요. 컴퓨터가 아는 모든 숫자는 이런 스위치들이 길게 늘어선 줄일 뿐이에요. 그게 전부예요. 그것이 전체 알파벳이지요.

자, 두 가지 선택지는 별것 아닌 것처럼 들려요. 하지만 스위치 몇 개를 줄 세우면 조합은 폭발하듯 늘어나요. 스위치 하나는 두 가지 모양을 만들어요. 스위치 두 개는 네 가지를 만들지요. 스위치 여덟 개는 256가지를 만들어요. 쓸모 있을 만큼 많은 작은 모양이지요. 그래서 컴퓨터는 덩어리로 생각해요. 스위치 덩어리 하나가 하나의 온전한 숫자를 나타내요. 벽돌 한 줄이 벽을 나타내는 것처럼요.

다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마술 같은 비밀은 바로 이거예요. 숫자의 뜻은 우리가 정할 수 있어요. 숫자는 자기가 가격인지, 온도인지, 색깔인지 알지 못해요. 그저 숫자일 뿐이고, 자기 일을 알려 줄 규칙책을 기다리고 있지요. 규칙책을 하나 고르면, 똑같은 숫자들이 글이 되거나, 그림이 되거나, 소리가 돼요. 규칙책을 바꾸면 뜻도 바뀌어요.

글부터 시작해 봐요. 우리는 그냥 목록 하나에 약속을 해요. 이 숫자는 A, 저 숫자는 B, 이 숫자는 쉼표, 저 숫자는 웃는 얼굴 모양의 빈칸이라고요. 모두의 컴퓨터가 이미 알고 있는 비밀 암호예요. 그래서 여러분이 ‘hi’라고 입력할 때, 키보드는 사실 글자를 보내는 게 아니에요. h와 i에 해당하는 숫자를 보내고, 화면은 그것을 찾아 다시 모양으로 그려 주는 거예요.

이제 그림이에요. 어떤 사진이든 아주, 아주 가까이 확대해 보면 픽셀이라는 작은 네모들로 나뉘어요. 색깔 타일로 만든 모자이크 같지요. 작은 타일 하나마다 숫자 세 개가 있어요. 빨강은 얼마나, 초록은 얼마나, 파랑은 얼마나 빛나야 하는지를 말해 주는 숫자예요. 이 셋을 섞으면 어떤 색이든 만들 수 있어요. 사진 한 장은 그저 이런 작은 빨강-초록-파랑 조리법 수백만 개가 격자 안에 줄지어 있는 것이랍니다.

음악은 가장 슬쩍 숨어 있는 친구예요. 소리는 공기 속의 흔들림인데, 흔들림을 어떻게 숫자로 바꿀까요? 쉬워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계속해서 재면 돼요. 매초 수천 번씩 파도의 높이를 재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측정값 하나하나가 숫자 하나예요. 그것들을 이어 붙이면 흔들림 전체를 잡아낸 거예요. 점 하나하나로요. 낱장 그림들이 빠르게 넘겨지며 움직임처럼 보이는 플립북처럼요.

그러니까 큰 비밀은 바로 이것이에요. 컴퓨터는 사실 무엇이 무엇인지 정말로 ‘알지’ 못해요. 그저 숫자를 담고 규칙책을 따라갈 뿐이지요. 같은 스위치 모양들이 사랑의 편지가 될 수도, 할머니 사진이 될 수도,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될 수도 있어요. 오직 어떤 규칙책을 그 숫자들에게 들이대느냐에 달려 있답니다. 숫자는 찰흙이에요. 규칙책은 조각가이고요.

그래서 컴퓨터는 아주 똑같은 속임수로 모든 일을 할 수 있어요. 게임과 노래와 우스꽝스러운 영상 아래에는, 전부 스위치뿐이에요. 꺼짐, 켜짐, 꺼짐, 켜짐. 생각보다 빠르게 숫자를 세고 있지요. 그러니 다음에 고양이 영상을 보고 웃게 된다면 기억해 보세요. 어딘가 그 안에서는 평범하고 작은 숫자들의 홍수가 고양이인 척하려고 아주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