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의 색깔 마술

당신은 바닷속 바닥의 바위 위에 앉아, 조용히 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때 게 한 마리가 지나가요. 배가 고파요. 저 게를 잡고 싶어요. 하지만 당신은 선명한 주황색이고 바위는 회색이라서, 게는 멀리서도 당신이 오는 걸 알아차려요. 만약... 피부를 바위와 똑같이 바꿀 수 있다면요. 바로 그 일을 문어는 할 수 있어요. 1초도 안 걸려서요.

그 비밀은 문어의 피부에 있어요. 그 피부에는 색소포라고 하는 아주 작은 색 주머니가 수백만 개나 가득 들어 있거든요. 색소포 하나하나는 색소가 든 잘 늘어나는 풍선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빨강, 노랑, 갈색 색소 말이에요. 그 풍선이 꽉 오므라들면 색이 보이지 않아요. 활짝 늘어나면 색이 젖은 종이 위의 잉크처럼 피부 전체로 퍼져요.

그런데 정말 놀라운 부분은 이거예요. 문어는 이 풍선들을 손으로 누르지 않아요. 색소포마다 아주 작은 근육들이 고무줄처럼 둘레를 감싸고 있어요. 문어의 뇌가 그 근육들에게 전기 신호를 보내요. 여기는 오므리고, 저기는 풀어라 하고요. 그러면 색들이 문어 피부 위에서 무늬를 이루며 피어나거나 사라져요. 수백만 개가 한꺼번에요.

그래서 문어는 빨강, 주황, 노랑, 갈색을 낼 수 있어요. 그런데 흰색은 어떨까요? 밝은 조개껍데기 위를 미끄러져 지나갈 때 보이는 은빛 반짝임은요? 그것을 위해 문어에게는 색소포 아래에 두 번째 층이 있어요. 이리도포어라고 하는 반사 세포들이죠. 이 세포들은 아주 작은 거울처럼 빛을 되튕겨 보내며 파랑, 초록, 은색으로 반짝이게 해요.

그리고 더 깊은 곳에는 세 번째 층이 있어요. 바로 루코포어인데, 흰빛을 모든 방향으로 흩뿌려요. 문어가 창백하거나 유령처럼 하얗게 보이고 싶을 때는 색깔 있는 색소포를 닫고, 하얀 루코포어가 비치게 해요. 세 층이 살아 있는 텔레비전 화면처럼 함께 움직이는 거예요.

그래서 문어는 회색 바위를 보고 ‘회색’이라고 생각해요. 문어의 뇌는 신호를 보내 주황색과 빨간색을 거두어들이고, 흰색이 비치게 하고, 어쩌면 은빛도 살짝 더해요. 완성!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문어는 색을 구별하지 못해요. 눈에 있는 빛 수용체가 한 종류뿐이라서, 세상을 흑백의 여러 밝기로 본답니다. 보지도 못하는 색을 맞추고 있는 거예요.

과학자들은 문어의 피부 자체가 빛을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눈으로 보는 건 아니고, 색소포 곳곳에 흩어져 있는 빛에 민감한 단백질로 보는 거죠. 피부가 주변의 밝기와 질감을 읽고, 뇌에 묻지 않아도 색을 가장 잘 맞춰 보려고 해요. 마치 손이 눈에게 확인하지 않고도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는 것 같아요.

이 모든 시스템은 눈 깜짝할 사이보다 더 빨리 움직여요. 색소포가 열리고 닫히고, 이리도포어가 반짝이고, 루코포어가 빛나거나 어두워져요. 그러면 문어는 주황색 덩어리에서 회색 바위로, 모래 물결로 변신해요. 그리고, 어라, 게가 신경을 끊었네요. 문어에게는 그 시간이면 충분하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