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지의 끈기 있는 마법

건전지는 세상에서 가장 따분한 물건처럼 보입니다. 서랍 속에 조용히 놓인 작은 깡통 같지요. 하지만 그 안에서는 숨을 참고 있습니다. 화학 에너지를 가득 품고, 당신이 놓아줄 순간을 기다리면서요. 스위치를 켜는 순간, 끈기 있게 기다리던 그 작은 깡통이 깨어납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보려면 안을 살짝 들여다봐야 합니다. 건전지에는 두 끝이 있습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지요. 그리고 그 둘은 서로 반응하고 싶어 하는 서로 다른 재료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방의 맞은편에 서 있는 두 무리라고 생각해 보세요. 이 놀이의 핵심은 한쪽 무리가 아주 작은 조각들을 다른 쪽에 건네주는 것입니다.

그 아주 작은 조각들이 바로 전자입니다. 모든 원자가 지니고 있는, 아주아주 작은 전기 알갱이지요. 건전지 안의 한 재료는 전자를 내주고 싶어 합니다. 다른 재료는 그 전자를 붙잡고 싶어 하지요. 바로 이 차이가 저장된 에너지입니다. 마치 언덕 꼭대기에 놓여 굴러 내려가고 싶어 안달 난 공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전자들은 왜 곧장 우르르 건너가지 않을까요? 가운데에 벽이 있기 때문입니다. 건전지 안에는 끈적끈적하거나 반죽 같은 층이 있습니다. 그 층은 어떤 입자들은 조금씩 지나가게 해 주지만, 전자들이 지름길로 가는 것은 딱 잘라 막습니다. 전자들은 갇힌 것입니다. 간절하고, 준비되어 있지만, 갇혀 있지요.

바로 이것이 영리한 속임수입니다. 전자들이 나갈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먼 길을 돌아가는 것입니다. 바깥쪽에 꽂은 전선을 통하는 길이지요. 마이너스에서 플러스까지 전선을 연결하는 순간, 당신은 전자들에게 다리를 놓아 준 셈입니다. 그러면 전자들이 그 다리를 타고 꾸준한 흐름으로 쏟아져 갑니다.

그렇게 흐르는 전자의 줄기가 전류입니다. 전자들이 전선을 따라 달려가면서, 길목에 놓인 무엇이든 밀고 지나갑니다. 전구, 부저, 작은 모터 같은 것들이지요. 전자들은 부딪치고 밀어냅니다. 그리고 그 밀어내는 힘이 바로 일을 하는 에너지입니다. 빛이 반짝이고, 모터가 돕니다.

한편 건전지 안에서는 화학 작용이 조용히 장부를 맞추고 있습니다. 전자들이 마이너스 끝에서 빠져나가면, 모든 것이 균형을 이루도록 입자들이 그 끈적한 벽을 조금씩 지나갑니다. 마치 당신이 보지 않는 사이에 모래시계 속 모래가 아래로 미끄러지는 것처럼요. 이것이 전류가 한 번 번쩍이고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게 해 줍니다.

하지만 전자를 내주고 싶어 하던 재료도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습니다. 조금씩, 전자를 주던 것들은 줄 전자를 다 써 버리고, 화학 작용은 조용한 휴전에 들어갑니다. 그것이 다 닳은 건전지입니다. 공은 언덕 맨 아래까지 굴러 내려왔고, 더는 굴러 내려갈 내리막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충전식 건전지의 마법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원에 꽂으면, 모든 것을 거꾸로 움직이게 할 수 있습니다. 전자들을 집으로 밀어 넣고, 입자들을 벽 너머로 다시 끌고 가고, 그 공을 언덕 꼭대기까지 다시 밀어 올리는 것입니다. 이제 공은 다시 굴러갈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서랍 속의 조용한 작은 깡통은 사실 전혀 조용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꼭대기에 공이 놓인 언덕이고, 나누어 주기를 기다리는 무리이며, 전선을 기다리며 참고 있는 숨입니다. 연결하는 순간, 그 모든 기다림은 손전등이 되고, 노래가 되고, 빙글빙글 도는 장난감이 됩니다. 에너지는 저장되었다가 건네집니다. 아주 작은 전자 하나씩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