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던 끈적이

정원 울타리에 매달린 그 번데기 안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애벌레가 그냥 날개를 키워 걸어 나온 게 아니에요. 자기 몸을 완전히 해체해서 끈적한 액체처럼 녹인 뒤,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답니다.

애벌레는 말하자면 걸어 다니는 위와 같아요. 알에서 깨어날 때부터 이미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지요. 잎을 먹고, 아주 크게 자라고, 또 잎을 더 먹는 것. 몇 주가 지나면 몸무게가 쉰 배나 늘어나지만, 여전히 다리가 달린 잎 먹는 관일 뿐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DNA가 스위치를 켭니다. 애벌레는 먹기를 멈추고, 조용한 곳을 찾아 자기 몸을 붙일 비단 받침을 만들어요. J자 모양으로 거꾸로 매달린 뒤 마지막으로 허물을 벗지요. 그러면 그 아래에서 번데기가 드러나고, 작은 옥빛 투구처럼 단단해져요.

이제 정말 놀라운 부분이에요. 닫힌 번데기 안에서 애벌레 몸의 대부분은 단백질이 풍부한 수프처럼 풀어져요. 소화 효소가 근육도, 기관도, 모든 것을 녹여 버리지요. 단, 애벌레가 배아였을 때부터 잠든 채 기다리고 있던 특별한 세포 무리 몇 개, 성충 원반은 빼고요.

그 성충 원반들은 설계도 세포예요. 각각의 무리는 나비의 한 부분을 어떻게 만들지 알고 있어요. 이 무리는 더듬이를 만들고, 저 무리는 날개를 만들고, 또 다른 무리는 렌즈가 육천 개나 있는 겹눈을 만들지요. 그것들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며 수프 속에서 재료를 끌어다 씁니다.

두 주 동안, 나비는 그 수프 속에서 자기 몸을 조립해요. 날개는 종이접기처럼 접히고, 애벌레의 뭉툭한 열여섯 개 다리는 여섯 개의 긴 다리로 바뀌지요. 씹는 입은 꽃꿀을 빨아 마시는 빨대 같은 혀가 됩니다. 마지막에는 완전히 새로운 동물이 액체 속에 떠서 기다리고 있어요.

준비가 되면 번데기가 갈라져요. 나비는 흠뻑 젖은 몸으로 밖으로 기어 나오고, 날개는 휴지처럼 구겨져 있지요. 나비는 빈 껍데기를 붙잡고 몸속 액체를 날개맥으로 밀어 넣어요. 그러면 날개가 펼쳐지고, 마르는 물감처럼 햇빛 아래에서 단단해집니다.

한 시간 뒤, 나비는 날아오릅니다. 애벌레와 같은 DNA, 같은 한 마리 동물이지만, 발로 꽃의 맛을 느끼고 3천 킬로미터 넘게 이동할 수 있는 모습으로 다시 만들어진 거예요. 그 끈적이는 액체는 처음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