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의 기분 반지

카멜레온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찻잔처럼 차분히 앉아 있어요. 그 사이 피부는 잎사귀 같은 초록색에서 노을빛 주황색으로 스르르 바뀌지요. 그리고 눈이 번쩍 뜨이는 부분은 바로 이것이에요. 두 눈이 각각 다른 곳을 향해서, 앞과 뒤를 바로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거예요. 작은 도마뱀 한 마리에게 초능력이 두 가지나 있는 셈이죠. 이제 그 신기한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열어 볼까요?

먼저, 잘못 알려진 이야기를 하나 깨 볼게요. 카멜레온은 몰래 숨어드는 스파이처럼 벽지와 똑같이 보이려고 색을 바꾸는 것이 아니에요. 대부분의 경우, 카멜레온은 자기 기분을 보여 주려고 색을 바꿔요. 차분한지, 심술이 났는지, 사랑에 빠졌는지, 추운지 말이에요. 그 색은 위장색이라기보다 기분을 비추는 등불에 더 가까워요.

그럼 도마뱀은 페인트 한 방울 없이 어떻게 자기 몸을 새로 칠할까요? 답은 피부 바로 아래, 아주 작은 투명한 세포 층에 숨어 있어요. 그 세포 안에는 작은 결정들이 들어 있는데, 쟁반에 가지런히 정리된 구슬처럼 깔끔한 줄을 이루고 있지요.

이제 똑똑한 비밀을 볼까요. 그 결정들은 스스로 색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대신 비눗방울이나 무지개가 비친 물웅덩이처럼 빛을 튕겨 내지요. 결정들이 서로 가까이 붙어 있으면 파란빛을 튕겨 내요. 결정들이 벌어지면, 이번에는 따뜻한 빨강과 노랑빛을 튕겨 낸답니다.

그리고 도마뱀은 실제로 그 결정들을 움직일 수 있어요. 몸이 편안할 때는 결정들이 바짝 모여서 피부가 시원한 초록빛으로 보여요. 흥분하면 피부가 늘어나고, 결정들이 서로 멀어지고, 밝은 노랑과 빨강이 확 피어나지요. 같은 결정이지만, 간격이 달라지면 완전히 새로운 색이 되는 거예요.

여기에 피부 속에 원래 들어 있는 노란 색소가 조금 섞이면, 그 유명한 초록색이 만들어져요. 노랑에 튕겨 나온 파랑이 더해지면 초록이 되지요. 화가가 팔레트에서 두 색을 섞는 것과 같은 방법이에요. 결정을 움직여 파랑 대신 빨강을 튕겨 내면, 초록빛은 불타는 주황빛 쪽으로 기울어요.

이제 두 번째 초능력을 볼 차례예요. 바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눈이지요. 카멜레온의 두 눈은 각각 작은 원뿔 모양 포탑 위에 얹혀 있고, 거의 한 바퀴 가까이 돌아갈 수 있어요. 그것도 완전히 따로따로 말이에요. 그래서 한쪽 눈은 하늘에서 매가 오는지 살피고, 다른 쪽 눈은 맛있는 파리를 찾을 수 있지요. 서로 다른 영화 두 편을 동시에 보는 셈이에요.

뇌는 어지러워하지 않고 어떻게 두 채널을 다룰까요? 카멜레온의 뇌는 영리한 경비원이 화면 두 개를 번갈아 보듯이, 두 장면을 함께 살펴봐요. 그러다 먹잇감을 발견하는 순간, 두 눈이 앞으로 딱 돌아와 같은 벌레를 붙잡듯 바라보지요. 두 장면이 하나가 되어, 완벽하게 겨냥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페인트도 없고, 몰래 숨어드는 일도 없고, 마법도 아니에요. 그저 빛을 튕겨 내는 결정들과 곡예사처럼 움직이는 두 눈이 있을 뿐이지요. 카멜레온은 온몸에 기분 반지를 낀 도마뱀 같고, 동시에 두 방향을 살짝 엿보는 동물이에요. 다음에 카멜레온 하나가 주황빛으로 빛나며 한쪽 눈으로 당신을 지나쳐 바라본다면, 그 작은 결정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제 정확히 알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