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의 손길

유리 화면을 톡 두드리면, 어떻게 된 일인지 화면은 알아차려요. ‘그 근처 어딘가’가 아니에요. 픽셀 하나하나까지, 손끝이 정확히 어디에 닿았는지 알아요. 안에 아주 작은 사람이 들어앉아 손가락을 지켜보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렇다면 유리 한 장은 어떻게 터치를 느낄까요?

대부분의 휴대폰이 쓰는 비밀은 바로 이거예요. 여러분의 손가락은 아주 조금 전기를 띠고 있어요. 우리 몸은 대부분 물과 소금으로 되어 있어서 전기가 꽤 잘 통해요. 전기는 우리 몸을 지나갈 수 있답니다. 화면은 여러분이 사람인지 아닌지는 신경 쓰지 않아요. 그저 전기가 통하는 무언가가 나타났다는 걸 알아차릴 뿐이에요.

이제 유리를 떠올려 보세요. 그 표면 바로 아래에는 보이지 않는 방충망 같은 투명한 격자가 있어요. 한쪽 방향으로 뻗은 선들은 전기를 나르는 투명한 물질로 만들어졌어요. 다른 방향으로 뻗은 선들도 똑같은 일을 해요. 선들이 만나는 곳마다, 깔끔한 바둑판처럼 교차점들이 생기지요.

모든 교차점마다 화면은 아주 작은 전하 한 꼬집을 품고 있어요. 마치 보이지 않는 작은 풍선 천 개가 저마다 빵빵하게 부풀어 기다리는 것 같지요. 아무것도 그것들을 건드리지 않아요. 격자 곳곳에서 조용히 가득 찬 채 앉아 있을 뿐이에요.

그때 손가락이 찾아와요. 여러분의 몸은 전기가 통하기 때문에, 손끝 바로 아래에 있는 전하를 한 모금 빼앗아 가요. 아주 작은 도둑질이라서 느낄 수 없을 만큼 미미하지만, 화면은 즉시 알아차려요. 풍선 하나가 아주 살짝 바람 빠진 것처럼요.

화면은 매초 수천 번씩 모든 교차점을 계속 확인해요. “아직 가득 찼나? 아직 가득 찼나? …잠깐, 이건 낮아졌네!” 전하가 줄어든 바로 그곳이 손가락이 닿은 자리예요. 몇 번째 줄, 몇 번째 칸인지 알면 좌표가 되지요. 지도 위의 한 칸처럼요.

하지만 손끝은 작은 점 하나보다 훨씬 넓어요. 사실 한 번에 여러 교차점을 살짝 건드리지요. 가운데는 세게, 가장자리는 약하게요. 화면은 그 흐릿한 덩어리를 빠르게 계산해서 중심을 찾아요. 그래서 흐릿한 추측이 아니라 정확한 지점을 알아내는 거예요.

이것은 일상 속 작은 수수께끼도 설명해 줘요. 손톱이나 마른 막대기, 보통 연필로 톡톡 두드려 보세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그것들은 전기가 통하지 않아서 전하를 한 모금 가져갈 수 없거든요. 장갑을 끼면 안 되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화면은 압력을 느끼는 게 아니라, 여러분을 느끼는 거예요.

그러니 마법은 처음부터 마법이 아니었어요. 기다리고 있는 전하의 격자, 그것을 조용히 조금 빌려 가는 손가락, 그리고 매초 수천 번씩 바둑판을 바삐 훑으며 같은 참을성 있는 질문을 던지는 칩이 있을 뿐이에요. 다음에 화면을 톡 누를 때 기억해 보세요. 유리는 여러분을 지켜보는 게 아니에요. 전기가 사라진 자리를 살며시 느끼고 있는 거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