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도둑이 일하는 중
무더운 여름날, 안으로 들어가면 — 아아아 — 차가운 공기가 온몸을 감싸요. 그런데 잠깐만요. 에어컨 안에는 냉동고가 없어요. 차가움을 저장해 두지도 않지요. 그렇다면 그 서늘한 바람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비밀은 바로 이거예요. 에어컨은 차가움을 만드는 게 아니에요. 열을 훔치는 거예요. 에어컨은 열 도둑이에요. 방 안의 따뜻함을 붙잡아, _시끄러운 손님_을 내쫓는 문지기처럼 밖으로 던져 버리지요.
마법은 기계 속 파이프를 따라 빙글빙글 도는 냉매라는 특별한 액체에서 일어나요. 냉매에게는 놀라운 힘이 있어요. 물을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열을 아주아주 잘 빨아들인답니다.
방 안에서 냉매는 바람구멍 뒤쪽의 차가운 코일을 따라 흘러요. 팬이 따뜻한 방 공기를 이 코일 위로 불어 보내지요. 그러면 냉매가 공기 속 열을 욕심껏 쏙 빨아들여요. 그래서 그 공기는 더 시원해져요. 바로 여러분이 느끼는 그 바람이에요.
하지만 여기에는 비법이 있어요. 냉매는 이제 훔친 열을 모두 싣고 있어요. 그 열을 영원히 품고 있을 수는 없지요. 그래서 파이프를 따라 밖으로 달려가요. 건물 뒤나 창문 밖에서 볼 수 있는 크고 네모난 장치로요.
밖에서는 압축기가 냉매를 세게 눌러요. 스펀지를 꽉 짜는 것처럼요. 그러면 빨아들였던 열이 뜨거운 바람처럼 후욱, 바깥 공기 속으로 나와요. 이제 여러분 방에 있던 열은 밖에 있어요. 여름날에는 딱 그곳이 어울리니까요.
이제 다시 차갑고 텅 빈 냉매는 안으로 돌아와 그 순환을 다시 시작해요. 열을 빨아들이고, 밖으로 나르고, 짜내고, 또 가지러 돌아오지요. 하루에도 수백 번, 빙글빙글 돌면서요.
그러니 차가운 공기를 느낄 때 기억해 보세요. 여러분은 만들어진 차가움을 느끼는 게 아니에요. 한 바퀴씩 돌 때마다 열이 훔쳐져서 여름 햇살 속 창밖으로 던져지는 것을 느끼는 거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