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하는 끝없는 일들

코끼리의 코는 흐느적거리는 호스 하나처럼 보이지만, 동물 왕국 전체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도구일지도 몰라요. 무거운 통나무를 들어 올렸다가, 바로 돌아서서 땅콩 한 알을 집을 수도 있지요. 어떻게 흔들흔들한 코 하나가 그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안에 숨어 있는 비밀은 바로 근육이에요. 여러분의 팔 전체에는 근육이 몇십 개쯤 있어요. 그런데 코끼리의 코에는 약 4만 개의 근육 다발이 모두 함께 엮여 있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뼈가 하나도 없어요. 정말 단 하나도요. 그래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휘어지는 거예요.

잘 휘어지는 관도 밀어낼 때 버틸 단단한 것이 필요해요. 보통은 뼈가 그 일을 하지요. 하지만 코끼리의 코에는 대신 똑똑한 비법이 있어요. 근육들이 조여지면 서로 바짝 당기며 스스로 단단함을 만들어 내요. 젖은 수건을 비틀면 뻣뻣해지는 것처럼요. 그래서 코끼리의 코는 한순간에는 국수처럼 축 늘어졌다가, 다음 순간에는 쇠지렛대처럼 강해질 수 있답니다.

코끝에는 손가락처럼 생긴 덮개가 있어요. 아프리카코끼리에게는 이런 작은 "손가락"이 두 개 있고, 아시아코끼리에게는 하나가 있어요. 아주 섬세해서 풀잎 하나를 뜯고, 바나나 껍질을 벗기고, 땅에 떨어진 동전도 집어 올릴 수 있답니다.

코끼리의 코는 또한 코예요. 그것도 아주 놀라운 코지요. 코끼리는 멀리 있는 물 냄새를 맡을 수 있고, 가까이에 어떤 친구들이 있는지도 냄새로 알아낼 수 있어요. 코로 숨을 쉬고, 깊은 물을 건널 때는 코끝을 높이 들어 스노클처럼 쓴답니다.

이제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바로 물 마시기! 코끼리는 빨대처럼 코로 물을 마시지 않아요. 대신 물을 코 안으로 어느 정도 빨아들여 잠시 담아 두었다가, 코를 입으로 말아 올려 물을 뿜어 넣어요. 큰 코끼리는 한 번에 몇 갤런이나 되는 물을 빨아올릴 수 있답니다.

코끼리의 코는 몸에 붙어 있는 도구 상자이기도 해요. 뜨거운 햇볕과 무는 벌레를 막아 주는 자외선 차단제처럼 먼지와 진흙을 피부 위에 뿌려요. 간식으로 먹을 나뭇가지를 꺾고, 시원한 샤워를 하듯 물을 튀기고, 무리에게 부르려고 큰 나팔 소리도 낸답니다.

그리고 코끼리의 코는 다정하기도 해요. 엄마 코끼리는 코로 아기를 쓰다듬고, 코끼리들은 코를 서로 말아 맞대며 인사해요. 악수나 포옹과 조금 비슷하지요. 나뭇가지를 뚝 부러뜨리는 바로 그 도구가 겁먹은 아기 코끼리를 달래 줄 수도 있답니다.

그러니까 코끼리의 코는 사실 하나의 도구가 아니에요. 코이자 손이고, 빨대이자 호스이며, 나팔이고 포옹이에요. 뼈는 없고 근육은 가득한 놀라운 것들이 모두 하나로 합쳐진 셈이지요. 근육 4만 개, 뼈 0개, 끝없는 일들. 흔들흔들한 코치고는 꽤 대단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