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파티

우리가 쓸 수 있는 숫자는 딱 열 개뿐이에요. 0, 1, 2, 3, 4, 5, 6, 7, 8, 9. 그게 전부예요. 서랍 속에 몰래 숨어 있는 열한 번째 숫자는 없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하늘의 별 수, 바닷가 모래알 수, 억만장자의 은행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의 액수까지 쓸 수 있어요. 어떻게 그럴까요? 비밀은 숫자 자체가 아니에요. 그 숫자를 어디에 세우느냐에 있답니다.

비밀은 바로 이것이에요. 숫자의 값은 그 숫자의 주소, 그러니까 줄에서 어느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숫자 3을 보세요. 혼자 앉아 있으면 셋을 뜻해요. 그런데 한 집 왼쪽으로 옮기고 옆에 0을 붙이면, 이제 서른을 뜻하지요. 똑같은 작은 3인데, 받는 값은 완전히 달라진 거예요. 숫자가 바뀐 게 아니에요. 사는 동네가 바뀐 거랍니다.

우리는 이런 집들을 ‘자리’라고 불러요. 그리고 각 집은 오른쪽 집보다 열 배의 값을 지녀요. 맨 오른쪽 집은 일의 자리예요. 그 옆집은 십의 자리. 그다음은 백의 자리, 그다음은 천의 자리이지요. 왼쪽으로 한 칸 갈 때마다 값은 열 배가 돼요. 이건 집마다 이웃집보다 열 배나 더 비싼 집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와 같아요.

그래서 247이라고 쓸 때, 여러분은 하나의 숫자를 쓰는 게 아니에요. 세 개의 숫자가 저마다 자기 집의 값을 속삭이고 있는 거예요. 7은 일의 자리에 있어서 일곱의 값이에요. 4는 십의 자리에 있어서 마흔의 값이에요. 2는 백의 자리에 있어서 이백의 값이에요. 모두 더하면 이백 더하기 마흔 더하기 일곱. 자리가 중요한 일을 다 해낸 거랍니다.

그래서 같은 숫자도 한 수 안에서 전혀 다른 값을 가질 수 있어요. 555를 보세요. 똑같은 5가 세 개 있지만, 값은 완전히 달라요. 오백, 오십, 그리고 오. 같은 얼굴을 한 세쌍둥이지만 서로 다른 집에 살아서, 오른쪽 형제보다 각각 열 배씩 더 많이 버는 셈이지요.

그리고 이 모든 체계의 조용한 영웅은 바로 0이에요. 0은 자리 지킴이, 모두가 제자리에 앉아 있게 해 주는 빈 의자예요. 삼백사라고 쓰고 싶나요? 304라고 써요. 그 0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에요. ‘십의 자리 집은 비어 있지만, 4가 그 자리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두지는 마세요’라고 알려 주는 표시랍니다. 0이 없다면 304와 34가 뒤엉켜 똑같은 혼란이 되어 버릴 거예요.

이제 이 마법이 얼마나 커지는지 보세요. 더 큰 수를 원하나요? 새 기호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니에요. 그냥 왼쪽에 집을 하나 더 지으면 돼요. 백, 천, 백만, 십억, 조. 새 집 하나하나는 그전 집보다 딱 열 배의 값이에요. 집들의 줄은 끝없이 이어질 수 있으니, 우리가 쓸 수 있는 수도 끝없이 이어질 수 있답니다.

놀라운 비밀은 바로 이게 전부예요. 열 개의 숫자는 아주 작은 도구 상자처럼 느껴지지만, 자릿값은 그것을 끝없는 도구 상자로 바꾸어 줘요. 숫자들은 ‘몇 개’를 알려 주고, 집들은 ‘얼마만큼’을 알려 줘요. 마음껏 섞어 쓰고, 필요할 때마다 집을 더 붙이면, 아무리 큰 수도 쓸 수 있답니다.

그러니 다음에 아주 큰 수를 끄적일 때 기억하세요. 여러분이 알고 있던 건 언제나 작은 기호 열 개뿐이었어요. 그보다 큰 모든 것은 바로 그 열 친구들이 서로 다른 집에 서서, 차례차례 열 배 더 큰 값을 맡는 것일 뿐이에요. 열 개의 숫자. 끝없는 집. 그렇게 작은 알파벳이 끝없는 이야기를 써 내려간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