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 화가

스위치를 켜는 순간, 벽에 걸린 빛나는 네모 속에 온 세상이 갑자기 펼쳐져요. 사람들이 말하고, 색깔들이 움직이고,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우죠. 하지만 TV 뒤를 살짝 들여다봐도, 그곳에는 작은 영화관도, 아주 조그만 배우들도 없어요. 그렇다면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비밀은 이거예요. TV는 너무 빨리 일하는 화가라서, 우리는 붓질을 볼 수 없어요. TV는 완성된 그림 하나를 보여 주는 게 아니라, 매초 수천 장의 그림을 만들어요. 각각의 그림은 바로 전 그림과 아주 조금씩 다르고, 우리의 뇌는 그 그림들을 이어 붙여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느끼게 하죠. 달리는 말은 사실 1초에 서른 마리의 멈춰 있는 말인데, 너무 빨리 그려져서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TV는 어떻게 그림을 그릴까요? 화면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세요. 평소보다 훨씬 더 가까이, 코가 유리에 닿을 듯이요. 매끈해 보이는 그 그림은 사실 픽셀이라고 부르는 아주 작은 점 수백만 개로 이루어져 있고, 촘촘한 격자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어요. 각각의 픽셀은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빛날 수 있는 미세한 빛이에요. 빨간빛과 초록빛을 섞으면 노란색이 돼요. 세 가지 빛을 모두 합치면 흰색이 되고요. 빛이 하나도 없으면 검은색이에요.

그러니까 TV는 사실 아주 작은 색깔 전구들이 모인 격자예요. 수백만 개의 전구가 있고, 각각은 1초에도 수천 번씩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해요. 매 순간, 각각의 픽셀에게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무언가가 필요하죠. "너는 빨갛게 빛나. 너는 어둡게 있어. 너희 셋은 이 해바라기 꽃잎을 위해 작은 노란 삼각형을 만들어." 이것은 정말 엄청난 양의 지시예요.

그 지시는 신호에서 와요. 신호는 벽에 꽂힌 케이블을 통해 TV로 오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전파처럼 공기를 지나 무선으로 날아오기도 하는 정보예요. 그 신호는 숫자로 쓰인 요리법 같은 암호예요. "픽셀 1: 빨강 밝기 200, 초록 180, 파랑 10. 픽셀 2: 빨강 201, 초록 181, 파랑 11..." 이렇게 모든 점 하나하나에 대한 정보가 끝없이 이어지고, 매초 서른 번씩 새로 바뀌어요.

그 신호는 어디에서 올까요? 아주 먼 곳 어딘가에서는 카메라가 반대의 일을 하고 있어요. 축구 경기나 요리 프로그램 같은 실제 장면을 바라보며, 화면 속 모든 지점의 색깔과 밝기를 재고 있죠. 카메라는 그 현실 세계의 그림을 똑같은 숫자 암호로 바꾸어 내보내요. 그러면 TV는 그 암호를 받아서, 거의 즉시 픽셀 하나하나로 그림을 다시 만들어 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시던 옛날 TV는 조금 다르게 작동했어요. 픽셀들이 스스로 빛나는 대신, 전자 빔이 유리 화면 안쪽을 이리저리 훑으며 그림을 그렸죠. 한 줄씩,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요. 마치 번개로 만든 타자기 같았어요. 전자들이 화면에 부딪히면 유리가 빛났어요. 요즘 TV는 액정이나 LED를 쓰지만, 생각은 같아요. 조절할 수 있는 작은 빛의 점 수백만 개가 있는 거죠.

이 모든 일, 신호가 이동하고, 픽셀이 빛나고,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그림이 다시 만들어지는 일이 너무나 매끄럽게 일어나서 우리는 그 장치를 알아차리지 못해요. 우리는 그저 이야기를 보죠. 그러니까 텔레비전은 사실 기계와 우리의 뇌가 맺은 약속이에요. TV는 점과 깜빡임으로 그림을 그리고, 우리의 뇌는 그것을 이어지고 단단한, 움직이는 세상으로 보기로 하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