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에 담긴 세상
지도를 펼치면 구불구불한 파란 선, 초록 얼룩,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름이 붙은 작은 점들이 보여요. 종이 위에 온갖 색과 기호가 빽빽하게 모여 있지요. 하지만 비밀은 바로 이거예요. 지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본 세상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고, 손에 쥘 수 있을 만큼 아주 작게 줄여 놓은 거예요.
상상해 보세요. 곧장 위로, 더 높이 더 높이 떠오르면 도시들은 개미집처럼 보이고 강들은 파란 리본처럼 보일 거예요. 지도 제작자들은 바로 그런 척을 해요. _상상 속의 새눈높이_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지요. 그들은 보이는 것을 그려서, 진짜 입체 세상을 납작한 그림으로 바꿔요.
물론 모든 것을 다 그릴 수는 없어요. 지도 제작자가 나무 하나하나, 우체통 하나하나, 보도블록의 갈라진 틈 하나하나까지 그리려고 한다면, 지도는 그 장소만큼 커져서 완전히 쓸모없어질 거예요. 그래서 지도는 무엇을 보여 줄지 골라요. 도로 지도는 고속도로와 출구를 돋보이게 해요. 날씨 지도는 폭풍 구름과 기온을 돋보이게 하지요. 지도마다 하나의 일을 하도록 만들어진 도구예요.
지도는 비밀 암호처럼 기호를 써요. 굵은 빨간 선은 “주요 고속도로”라는 뜻일 수 있어요. 파란 삼각형은 “야영장”이라는 뜻일 수 있지요. 작은 비행기 모양은 “여기에 공항이 있어요”라는 뜻일 수도 있어요. 모서리에 있는 그 작은 상자, 범례가 바로 여러분의 암호 해독 반지예요. 암호를 풀고 나면 지도가 여러분에게 말을 걸기 시작해요.
하지만 까다로운 점이 있어요. 지구는 둥글고, 종이는 평평하다는 거예요. 오렌지 껍질을 벗겨 늘이거나 찢지 않고 납작하게 펼칠 수는 없지요. 지도 제작자들도 같은 문제를 만나요. 그들은 지구본을 납작하게 만들기 위해 투영법이라는 수학 요령을 써요. 하지만 모든 투영법은 무언가를 일그러뜨려요. 모양이 늘어나거나, 거리가 들쑥날쑥해지거나, 크기가 과장되지요.
어떤 옛날 지도들은 그린란드가 아프리카만큼 커 보이도록 늘려 놓았어요. 사실 아프리카는 그린란드보다 열네 배나 더 큰데 말이에요. 요즘 지도 제작자들은 이 점을 알고, 덜 일그러지는 투영법을 골라요. 아니면 적어도 사람들이 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일그러지게 하지요. 세상 전체를 담은 완벽한 지도는 없어요. 다만 무엇을 조금 포기할지 고르는 일만 있을 뿐이에요.
지도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도 보여 줘요. 인구 밀도 지도는 사람들이 빽빽한 도시를 진한 빨강으로, 텅 빈 사막을 옅은 노랑으로 칠해요. 선거 지도는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에 따라 지역을 나누지요. 보물 지도는, 음, 이야기들을 믿는다면 누군가 금 더블룬이 든 상자를 어디에 묻었는지 보여 주고요.
지도를 마법처럼 만드는 것은 바로 이것이에요. 지도는 여러분이 계획을 세우게 해 줘요. 차도에서 출발하기 전에 집에서 해변까지 가는 길을 손가락으로 따라가 볼 수 있어요. 비가 올 때 어느 동네가 물에 잠기는지도 볼 수 있지요. 두 블록 떨어진 커피숍도, 세 나라 건너에 있는 산맥도 찾을 수 있어요. 지도는 초능력이에요. 혼자서는 결코 갈 수 없는 시점에서, 풍경 전체를 한눈에 보는 능력이지요.
그리고 이제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주머니 속에 지도를 가지고 다녀요. 휴대전화는 여러분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 매초 새로 바뀌는 디지털 지도 위의 빛나는 점으로요. 거리 이름이 필요하면 지도는 가까이 확대되고, 큰 그림이 필요하면 멀리 축소돼요. 그래도 생각은 여전히 같아요. 세상을 작게 줄여 놓고, 여러분이 가고 싶은 곳 어디로든 안내하려고 기다리는 것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