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행진

스위치를 딸깍 켜면, 마법처럼 빛이 나타나요. 하지만 마법은 아니에요. 작은 전하들의 행진이 고리 안을 빙글빙글 돌며, 하루치 일을 성실히 해내는 거랍니다. 자, 그 행진을 따라가 볼까요.

전기 회로는 전기가 지나가는 길이에요. 건전지는 밀어 주고, 전선은 실어 나르고, 전구는 그 길에서 빛을 내지요. 경주로를 떠올려 보세요. 다만 달리는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 작은 전하들이고, 트랙이 온전한 동안에는 절대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답니다.

건전지는 밀어 주는 역할을 해요. 그 안에서는 화학 물질들이 티격태격하면서 전하를 한쪽 끝으로 밀어 내고, 다른 쪽 끝으로 다시 끌어당겨요. 마치 손이 그네를 꾸준히 밀어 주는 것 같아요. 계속, 또 계속, 지치지 않고 모든 것이 움직이게 하지요.

전하들은 텅 빈 공기 속을 날아가지 않아요. 기차에 철길이 필요하듯, 전하들에게는 달릴 전선이 필요해요. 구리 전선은 훌륭한 길이에요. 전하들이 그 안을 쉽게 미끄러져 지나가거든요. 하지만 공기는 아주 형편없는 길이에요. 전하들은 공기를 건널 수가 없답니다.

전하들이 전구 안의 가느다란 전선을 비집고 지나갈 때, 그 전선은 통과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뜨거워지고, 하얗게 달아오르며, 빛을 쏟아 내지요. 그게 바로 행진이 맡은 일을 하는 거예요. 밀어 주는 힘을 반짝임으로 바꾸는 일 말이에요.

비밀은 이거예요. 전하들은 없어지지 않아요. 빙글빙글 돌아서, 건전지를 떠나 전구를 지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요. 그러고는 또다시 나가지요. 회로가 고리인 까닭은 바로 그 행진이 다시 밀려 나가려면 꼭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왜 완전한 고리가 필요할까요? 전선을 어디든 싹둑 자르면, 트랙이 끊어져 버린 거예요. 전하들은 틈에 다다라 건널 수 없는 _텅 빈 공기_를 만나고, 그대로 멈춰 서요. 흐름도 없고, 열도 없고, 빛도 없어요. 한 군데만 끊어져도, 온 행진이 얼어붙는답니다.

스위치가 하는 일은 그것뿐이에요. 길 위의 도개교 같은 것이지요. 닫히면 트랙이 이어져 전하들이 굴러갑니다. 열리면 틈이 생기고, 모든 것이 멈춰요. 딸깍. 고리 완성. 빛.

그러니 다음에 손끝에서 빛이 번쩍 켜지면, 한번 떠올려 보세요. 충실한 작은 행진이 한 바퀴 가득 달리고, 또 돌고 돌아, 당신에게 반짝임을 건네 주는 모습을요. 마법은 필요 없어요. 끊어지지 않는 길만 있으면 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