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의 큰 목소리와 작은 목소리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몸속에 아주 작은 설명서 하나를 지니고 있어요. 그 설명서는 유전자라는 암호로 쓰여 있지요. 우리는 거의 모든 설명을 두 벌씩 받았어요. 부모님에게서 하나씩 받은 거예요.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어요. 가끔 그 두 벌의 설명이 서로 다르게 말할 때가 있거든요. 그럼 누가 이길까요?

눈 색깔에 대한 설명이라고 해 볼게요. 한 벌은 "갈색"이라고 하고, 다른 한 벌은 "파란색"이라고 해요. 우리 몸은 눈을 두 가지 색으로 칠하고 끝낼 수는 없어요. 하나를 골라야 하지요. 어떻게 고르는지가 바로 우성 형질과 열성 형질의 비밀이에요.

우성 형질은 목소리가 큰 쪽이에요. 두 벌 중 단 하나라도 우성이면, 그 모습이 겉으로 나타나요. 한 번만 말해도 들릴 만큼 힘이 세거든요. 예를 들어 갈색 눈은 보통 우성이에요. "갈색" 한 벌만 있어도 갈색 눈이 될 수 있지요.

열성 형질은 참고 기다리는 쪽이에요. 두 벌이 모두 그것에 동의해야만 겉으로 나타날 수 있어요. 열성 한 벌만 있다고요? 그건 뒤에서 기다려요. 투표에서 밀린 셈이지요. 파란 눈은 열성이에요. "파란색" 두 벌이 있어야 나타나요.

그러니 몸속에서 아주 작은 투표가 열린다고 상상해 보세요. "갈색" 한 벌과 "파란색" 한 벌이 있으면요? 갈색이 언제나 이겨요. 하나만 있어도 우세할 수 있거든요. "파란색" 두 벌이 있고, 그것을 누를 "갈색"이 없다면요? 그때 드디어 파란색이 자기 차례를 얻어요.

여기 살짝 숨은 비밀이 있어요. 갈색 눈을 가진 사람도 사실은 숨겨진 "파란색" 한 벌을 가지고 있을 수 있어요. 그 설명은 거기 있지만, 투표에서 밀려 보이지 않을 뿐이에요. 우리는 이것을 보인자라고 불러요. 겉으로 보이지 않는 설명을 지니고 있는 거예요. 마치 쓰지 않는 요리법을 서랍 속에 넣어 두는 것과 같지요.

그리고 그 숨은 설명들은 다음 세대로 몰래 전해질 수 있어요. 갈색 눈의 부모 두 사람이 각각 몰래 "파란색"을 지니고 있다면, 파란 눈의 아이가 태어날 수 있어요. 그 형질은 한 차례를 건너뛰고 조용히 기다리다가, 숨은 두 벌이 마침내 만났을 때 나타난 거예요.

하나 더 알아둘 점이 있어요. 모든 형질이 단순히 큰 목소리와 작은 목소리의 대결인 것은 아니에요. 어떤 형질은 서로 섞이고, 어떤 형질은 여러 유전자가 함께 일해서 만들어져요. 그래서 실제 눈 색깔에는 초록색과 헤이즐색도 있는 거지요. 우성과 열성은 첫 번째 수업일 뿐, 이야기 전체는 아니에요.

그러니까 정리하면 이래요. 우성 형질은 한 번만 나타나도 투표에서 이겨요. 열성 형질은 두 번 나타나야 해요. 그리고 우리 모두는 몇 가지 조용한 설명을 몸속에 숨겨 둔 채 살아가요. 비밀 요리법처럼, 자기 차례가 되어 읽히기를 기다리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