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열리는 갈색 파티

사과를 싹 잘라 보니, 아삭하고 하얗고 완벽해요. 그런데 10분 뒤 다시 보니 속이 갈색으로 칙칙하게 변해 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사과가 그렇게 빨리 상해 버린 걸까요?

사과가 상한 게 아니에요. 공기를 만난 거예요. 모든 사과 세포 안에는 폴리페놀이라는 아주 작은 분자들이 둥둥 떠다니며 자기 일만 하고 있어요. 그것들은 각각의 칸 안에 갇혀 있는데, 마치 장난감이 따로따로 장난감 상자에 잠겨 있는 것 같아요.

사과 세포 안에는 폴리페놀 산화효소라는 효소도 있어요. 줄여서 PPO라고 부르죠. PPO는 폴리페놀들을 서로 붙이는 일을 좋아하는 일꾼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하지만 사과가 온전할 때는 세포벽이 PPO와 폴리페놀을 서로 떨어뜨려 놓아요. 그래서 둘은 절대 만나지 않아요.

사과를 자르면 수백만 개의 세포도 함께 잘려요. 벽이 부서지고, 따로 떨어져 있던 것들이 모두 쏟아져 나와 한데 섞여요. 갑자기 PPO와 폴리페놀이 처음으로 서로 부딪치게 되는 거예요.

PPO는 폴리페놀 하나를 붙잡아 공기 중의 산소와 연결해요. 그러면 퀴논이라는 새로운 갈색 분자가 만들어져요. 그다음 퀴논들은 서로 달라붙어 더 크고 더 갈색인 사슬을 만들어요. 마치 폴리페놀들이 손을 잡고 갈색 줄을 만드는 것 같아요.

PPO가 많을수록 갈색으로 더 많이 변해요. 산소가 많을수록 더 빨리 갈색으로 변하고요. 이 반응은 사과가 마르거나 우리가 먹을 때까지 계속돼요. 갈색 물질은 해롭지 않아요. 산화된 폴리페놀일 뿐이에요. 자른 감자나 아보카도가 갈색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화학 작용이랍니다.

이 과정을 늦출 수 있어요. 레몬즙이 효과가 있는 건 산이 PPO를 잠시 잠들게 하기 때문이에요. 차가운 온도는 효소의 움직임을 느리게 해요. 사과를 덮어 두면 산소가 표면에 닿지 못하게 막을 수 있어요. 산소가 없으면 갈색 줄도 생기지 않아요.

그러니까 사과가 갈색으로 변한다고 해서 죽어 가는 건 아니에요. 그저 화학 작용이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거예요. 온전한 사과 안에서는 괜찮았던, 갇혀 있던 분자들이 이제 공기를 만나 갈색 파티를 벌이는 거죠. 다음에 그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바로 PPO가 일하고 있다는 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