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 똥 클럽
호주 숲속 깊은 곳에는 보송보송하고 심술궂어 보이는 유대류 동물이 비밀스러운 초능력을 갖고 살고 있어요. 웜뱃은 지구상의 다른 어떤 동물도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답니다. 바로 완벽한 정육면체 모양의 똥을 누는 거예요. 토끼처럼 둥근 알갱이도 아니고, 곰처럼 길쭉한 덩어리도 아니에요. 정육면체예요. 바위와 통나무 위에 흩어져 있는 작은 갈색 주사위들,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레고 블록처럼 쌓여 있지요.
왜 정육면체일까요? 그 비밀은 웜뱃이 먹는 것에서 시작돼요. 웜뱃은 풀을 뜯어 먹는 동물이라 밤새 마른 풀과 질긴 뿌리를 우적우적 먹어요. 그런 섬유질 많은 식물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긴 창자를 아주 천천히 지나가요. 웜뱃의 소화 속도는 거의 모든 포유류 중에서 가장 느린 편이에요. 한 끼 식사가 똥이 되는 데 꼬박 2주가 걸릴 수도 있답니다. 그렇게 느릿느릿 지나가는 동안, 창자는 계속 쥐어짜고 또 쥐어짜며 물과 영양분을 한 방울도 놓치지 않아요.
소화된 풀이 창자의 마지막 구간에 다다를 때쯤이면, 그것은 마르고 빽빽하고 단단해져 있어요. 뻣뻣한 찰흙처럼요. 이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웜뱃 창자의 마지막 부분은 대부분의 동물처럼 둥글지 않아요. 고무줄로 만든 네모난 틀처럼, 잘 늘어나는 정도가 서로 다른 돌기와 홈이 있지요. 어떤 부분은 세게 조이고 단단히 버텨요. 다른 부분은 늘어나고 풀어지지요.
단단한 물질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 잘 늘어나는 부분은 볼록하게 튀어나오고 단단한 부분은 평평하게 남아요. 조이고, 볼록해지고, 조이고, 볼록해지고. 이런 리듬 있는 수축이 수백 번이나 되풀이됩니다. 천천히, 부드럽게, 창자는 지나가는 덩어리를 평평한 면과 날카로운 모서리가 있는 모양으로 조각해요. 밖으로 나올 때쯤이면 정육면체가 되어 있답니다. 찍어 내거나 자른 것이 아니라, 손으로 찰흙을 쥐어 모양을 만들듯 창자의 고르지 않은 힘으로 빚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할까요? 웜뱃은 자기 영역을 지키는 동물이에요. 웜뱃은 배설물을 표지판처럼 써서 자기 땅을 표시해요. “이 바위는 내 것, 저 통나무도 내 것, 이 근처 모든 건 다 내 거야.” 그리고 정육면체에는 엄청난 장점이 있어요. 굴러가지 않는다는 거예요. 둥근 알갱이는 바위에서 굴러 떨어져 풀숲으로 들어가 버려 아무도 보지 못해요. 정육면체는 제자리에 남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작은 갈색 광고판처럼 높이 쌓여 있답니다.
웜뱃은 하루에 정육면체 똥을 백 개까지 만들 수 있고, 놓을 자리도 까다롭게 고른답니다. 가장 높은 바위, 가장 평평한 통나무, 가장 눈에 띄는 길표지 위로 올라가요. rival 웜뱃이 반드시 볼 만한 곳이라면 어디든지요. 소리 한 번 내지 않아도 그 메시지는 아주 분명해요. 냄새가 듬뿍 밴 이 기하학은 웜뱃 말로 “들어오지 마!”라는 뜻이랍니다.
과학자들은 2018년에야 해부, 탄성 실험, 수학적 모델링을 함께 사용해 창자가 모양을 빚는 비밀을 알아냈어요. 그전까지 이것은 자연이 꼭꼭 숨겨 둔 수수께끼 중 하나였답니다. 알고 보니 먹이가 더 마르고 소화가 더 느릴수록 물질은 더 단단해지고, 홈이 난 창자는 그것을 더 정확하게 조각할 수 있었어요. 이것은 근육과 시간으로 쓰인 공학입니다.
그러니 다음에 정육면체 똥 사진을 보고 “저건 진짜일 리 없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진짜예요. 웜뱃에게는 3D 프린터도 틀도 필요 없어요. 긴 장, 마른 풀, 2주 동안의 인내심, 그리고 동물 왕국에서 가장 잘 늘어나고 홈이 많은 창자만 있으면 된답니다. 자연이 만든 가장 효율적인 “무단출입 금지” 표지판, 느린 동작으로 정육면체 하나씩 만들어지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