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느린 귀환
책장에서 오래된 책을 꺼내면, 책장이 버터 같은 색으로 변해 있을 때가 있어요. 아니면 할머니 할아버지 댁 다락에서 신문을 발견했는데, 이제는 하얀색보다 갈색에 더 가까울지도 몰라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종이가 냉장고 속 우유처럼 상한 것은 아니에요. 더 느리고 더 은근한 변화를 겪은 거예요.
종이는 나무로 만들어지고, 나무는 리그닌이라는 분자 덕분에 서로 단단히 붙어 있어요. 리그닌을 나무를 빳빳하고 튼튼하게 지켜 주는 풀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나무줄기가 젖은 국수처럼 축 늘어지지 않고 높이 서 있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리그닌이에요. 종이를 만들 때 리그닌은 대부분 씻겨 나가지만, 언제나 조금은 섬유 사이에 숨어 남아 있어요.
리그닌은 산소를 아주 좋아해요. 공기 속 산소가 리그닌에 닿으면 둘은 반응해요. 마치 파티에서 만난 두 화학 물질이 함께 춤추기로 한 것처럼요. 이 반응은 리그닌을 더 작은 조각들로 쪼개고, 그 조각들은 노란색과 갈색을 띠어요. 잘라 놓은 사과가 갈색으로 변하거나 철이 녹슬어 주황색이 되는 것과 같은 종류의 반응이에요.
햇빛은 이 일을 훨씬 더 빨리 일어나게 해요. 빛에는 에너지가 들어 있고, 그 에너지는 반응을 아주 활발하게 만들어요. 리그닌과 산소가 더 빠르고 더 거칠게 춤추는 거예요. 그래서 햇빛이 드는 창가 가까이에 있는 책장들이 먼저 누렇게 변하고, 닫힌 책 가운데에 있는 책장들은 더 오래 하얗게 남아 있어요. 빛이 그곳까지 닿지 못하니까요.
값싼 종이는 리그닌이 더 많아서 가장 빨리 누렇게 변해요. 신문지는 빠르고 싸게 만들기 때문에 리그닌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요. 그 나무 풀 성분이 여전히 잔뜩 들어 있는 거예요. 중요한 문서나 미술 작품에 쓰는 고급 종이는 더 조심스럽게 씻고 처리해요. 리그닌이 적을수록 수십 년, 심지어 수백 년 동안 하얗게 남아 있을 수 있어요.
산도 그 과정을 빠르게 해요. 오래된 종이에는 제조 과정에서 들어간 산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요. 산은 리그닌과 산소의 반응을 응원하는 응원단장처럼 행동하며, '더 빨리! 더 많이 쪼개져!' 하고 외치는 것 같아요. 현대의 종이는 산이 없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오늘 인쇄된 책이 1950년에 인쇄된 책보다 더 오래 남을 수도 있어요.
그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완전히 멈출 수는 없어요. 종이를 서늘하고 어둡고 건조한 곳에 두면 도움이 돼요. 반응에 힘을 보태는 햇빛도 없고, 속도를 높이는 열도 없고, 산을 부르는 습기도 없으니까요. 도서관과 박물관이 귀한 책들을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방에 보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그래도 충분히 오랜 시간이 지나면 산소는 리그닌을 찾아낼 거예요. 화학은 참을성이 많거든요.
그러니 그 노란빛은요? 먼지가 아니에요. 손상된 것도 아니에요. 종이가 천천히 다시 자기 자신이 되어 가는 모습이에요. 조금씩, 조금씩, 자신이 왔던 나무의 갈색으로 돌아가는 거죠. 누렇게 변한 모든 책장은 시간이 흐르고, 산소가 움직이고, 리그닌이 마침내 놓아 주는 일을 담은 작고 조용한 기록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