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부리새의 도구 상자

열대우림 깊은 곳에는 얼굴에 바나나를 붙인 것처럼 보이는 새가 살아요. 큰부리새의 부리는 엄청나게 커요. 몸의 나머지 부분만큼이나 길지요. 그렇게 큰 부리라면 가엾은 새가 나뭇가지에서 바로 기울어 떨어질 것 같죠. 그런데 그 부리는 무엇에 쓰일까요? 답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기발하고, 더 멋져요.

먼저 가장 당연한 추측은 바로 점심거리예요. 큰부리새는 과일을 아주 좋아하고, 열대우림에서 가장 맛있는 열매들은 가느다란 나뭇가지 끝에 달려 있어요. 무거운 새가 닿기에는 너무 멀리 있지요. 그래서 큰부리새는 몸을 기울이고 긴 부리를 막대 달린 과일 따개처럼 써서, 떨어지지 않고 귀한 열매를 톡 따요.

하지만 반전이 있어요. 그 거대한 부리는 전혀 무겁지 않답니다. 톡톡 두드리면 거의 텅 빈 것 같은 소리가 날 거예요. 사실 거의 비어 있으니까요. 안쪽은 얇은 뼈 지지대와 많은 공기 주머니가 있는 거품 같은 벌집 구조이고, 바깥은 단단하고 가벼운 껍질로 싸여 있어요. 겉은 크지만 속은 깃털처럼 가볍지요.

그러니까 거의 아무 무게도 나가지 않는 거대한 부리라니, 참 영리하죠. 그런데 과학자들이 열 감지 카메라를 큰부리새에게 겨누었을 때, 훨씬 더 이상한 것을 발견했어요. 부리가 빛났던 거예요. 열린 창문처럼 따뜻함을 내보내고 있었지요. 그리고 큰부리새는 그 양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어요.

그래서 부리는 몸에 달린 라디에이터 같은 역할을 해요. 새들은 우리처럼 땀을 흘릴 수 없어요. 큰부리새가 너무 더워지면 따뜻한 피를 부리로 더 많이 보내고, 그 열은 공기 속으로 빠져나가요. 후텁지근한 날 차 창문을 내리는 것처럼요. 날씨가 쌀쌀하면 피를 덜 보내 몸을 따뜻하게 지켜요.

부리는 도구로도 두 가지 일을 해요. 길게 뻗은 부리로 까다로운 일도 해내지요. 곤충을 낚아채고, 과일 껍질을 벗기고, 심지어 다른 새 둥지에서 알을 조심스레 가져오기도 해요. 또 부리 끝은 빵칼의 날처럼 아주 잘게 톱니가 나 있어서, 미끄러운 먹이를 붙잡기에 딱 좋아요.

그리고 뽐내기 역할도 있어요. 큰부리새의 부리는 눈에 확 띄는 주황색, 빨간색,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어요. 다른 큰부리새들에게 “나 여기 있어!” 하고 말하는 광고판 같지요. 자기와 같은 종류를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되고, 짝의 마음을 끄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크고 밝은 부리는 초록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큰부리새가 눈에 띄는 방법이랍니다.

그렇다면 큰부리새의 부리는 왜 그렇게 클까요? 그건 하나의 도구가 아니라, 도구 상자 하나가 통째로 있기 때문이에요. 과일 따개, 에어컨, 버터 나이프, 광고판이 모두 가볍고 공기 많은 하나의 꾸러미 안에 들어 있는 셈이지요. 진화는 그 부리를 점점 더 여러 방식으로 쓸모 있게 만들었고, 그래서 계속 크게 남겨 두었어요.

다음에 나뭇가지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그 우스꽝스러운 바나나 얼굴을 보게 된다면, 큰부리새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세요. 그 새는 우스울 만큼 큰 코를 힘들게 들고 다니는 게 아니에요. 열대우림에서 가장 쓸모 많은 장치를 쓰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큰부리새도 그걸 알고 있답니다.
